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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바람이 스밀 때

꽃집을 운영하는 츄야의 앞에 다가 온 그가 신경쓰인다

*다자츄 전력 60분-서투른 고백&좋아하는 향

현대물, 환생물

 


아마도 가끔씩 꾸는 꿈 안에서조차 정신이 아득해져 갈 때쯤, 스치는 바람이 제 옷자락, 그리고 입술로 꾸준히 스며 놓은 그 향을 지금껏 잊지 못하고. 찾아 헤매이는 중일지 모른다


오늘도 신경쓰이는 꿈과 함께 뒤숭숭한 아침을  맞이한 츄야는 토스트를 간단하게 챙겨 먹은 후, 네모난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어김없이 목안으로 차고 드는 얼얼한 공기에 즐겨쓰는 겨울 비니모자를 한 번 더 고쳐 쓰고 점퍼 주머니에 두 손을 집어넣었다. 따스한 햇살이 비집고 들어올 때 들리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는 추위에 미간을 접었던 그의 표정을 기분 좋게 바꾸어놓았다. 비니 사이로 살짝 나온, 아침 햇살을 한껏 받아 한 올 한 올 더 붉게 윤이 나는 고운 머리카락이 걸을 때마다 흩날리며 한창 입김이 나오는 이른 아침. 일터로 향한다.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 찾아 온 손님들은 "츄야 선생님, 안녕하세요" 인사와 함께 예쁜 꽃으로 부탁하곤 했다


인적이 드문 길가의 위치한 작은 꽃집. 위치나 규모가 좋지 않은 상권임에도 불구하고, 플로리스트로서의 실력을 알아 본 손님들이 소문에 꼬리를 물어 찾아오곤 했기에 이따금씩 여는 플라워 클래스만으로도 금세 망할 것 같지는 않은 그런 곳이었다. 꽃으로 둘러 쌓인 자신만의 작은 정원, 츄야는 그 정원 안에서 감성에 젖어 책을 읽거나 시를 쓸 때가 가장 편안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 일이 있기 전에는..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어느 청년이 꽃을 사기 위해 들어왔다. 청년의 등장과 함께 느긋이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던 정원조차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심장이란 게 요동치며 뛰어댔다. 다가올 때마다 느껴지는 포근하다못해 아찔한 페로몬의 향기가 순간적으로 츄야의 정신을 뒤흔들어 놓았다. 언뜻 봤을 땐 맘가는대로 뻗어나가는 더벅한 다갈색 헤어와 어디를 다친 건지 붕대로 얼굴의 반이나 가린 이상한 남자라고만 생각했지만 차분하고 단정한 목소리를 듣고 다시금 찬찬히 용모를 살피니 붕대가 없었더라면 말끔하다못해 수려하리라 생각했다. 게다가 훤칠한 키까지 소지해 어디를 가도 꿀리지 않을 외모였다. 머리와 붕대만 정리해도 눈에 띌 외모라고 생각하던 순간 눈이 마주치자 젠틀한 미소로 한 발짝 다가선 그는 자신을 다자이오사무.라고 소개하며 동백꽃 한 송이의 근사한 포장을 부탁했다. 후로 츄야는 그를 떠올릴 때마다 머릿속이 복잡해져 평범했던 일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일정하진 않아도 이틀, 삼일에 걸쳐 한적한 오후 3시에 들르는 그가 가져오는 포근한 체취는, 꿈 속에서 바람이 흘리고 간 아련하고 따스한 그 향과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었다.'단순한 손님일 뿐인데..'츄야는 연애를 해야될 때가 와서 머릿속이 이상해진 것 같다며 연신 고개를 흔들곤 다시 일에 열중했다.


처음 보는 그 사람이 꽃집에 찾게 된 이후로 츄야에게도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점심시간이 지나 한참 나른해질 그 시각에도 책을 읽거나 시를 쓰기보단 거울을 들여다보며 외모를 정리하거나 가끔씩 창가로 흘깃 시선을 돌렸다. 자주 찾아오던 또 다른 손님은 그런 그에게 무슨 일이 있냐며 물었지만 그럴 때마다 아무 일 없다며 둘러대기 바쁜 일상이었고, 오늘도 어김없이 오후 3시에 입김을 불며 조금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들른 그에 놀란 가슴을 애써 누르며 "어서오세요" 인사한 츄야. 맘을 다잡고 태연한 척 그의 가까이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두 세 발 가까워질 때마다 심장소리도 커져가는 것만 같아 잠시 주춤하던 찰나, 아랑곳 않고 오늘도 동백꽃 한 송이를 근사하게 포장해달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 대답과 동시에 몸을 움직이며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는데, 습관이라는 게 몸에 베여있어 다행인지 꽃을 포장하는 손길에선 제법 노련함이 묻어났다.마무리를 위해 길게 뻗어나가 특징없던 갈색끈을 예쁜 리본으로 바꿔내는 마법같은 손가락을 보고 있자니, 다자이의 눈에선 웬지 모를 애달픔이 묻어나왔다. 집중하면 한 눈은 절대 팔지 않는 츄야의 집중력은 그의 눈을 바라 볼 여유조차 남아있지 못했지만. "다 됐습니다 손님" "매번 이름 알려줬는데..항상 손님이라고 부르네요?" "미안해요. 잊어버렸어요" 매일같이 동백꽃 한 송이를 포장해가는 이 사람을 모를 리가 없는데 "이래봬도 단골인데 너무하지 않나.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그렇지.좀 서운하네요?"말은 그렇게 하는 다자이였지만 표정은 한 없이 다정해 정말 속을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하며 얼른 갖고 가시라고 작은 심술을 담아 꽃을 들이밀었다. "내가 오는 거, 싫어요?" 아, 그런 건 아닌데.. 사실은 전부터 조금씩 불안했다. 한결같이 꾸준하게 동백꽃 한 송이를 가지러 온다지만 언제 그 모습을 보지 못할까 내심 초조해지곤 하는 마음을 달럤고, 오늘은 오지 않을까 기다렸다가 안오면 허탈해지곤 했던 시간을 보냈으니까. 오늘은 조금 대화를 나눠보고 싶기도 하고 궁금했던 터라 평소와 다르게 입을 열었다."왜 매일 동백꽃을 사가나요? 다른 예쁜 꽃들도 많은데.." "사랑스러우니까요. 나에겐." 분명 누군가를 위해 꾸준히 포장해가는 그런 달콤한 말일텐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선 어쩐지 가슴을 미어지게 해서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자신이 끼어들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만 같아 목소리도 턱 끝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동백꽃이 질 땐 꽃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법이 없다. 생글하던 꽃은 어느 순간 이유없이 동백꽃 자체로 댕강 떨어졌으면서도 미련이 남는지 꽃잎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팔을 뻗어낸다.그 모습이 츄야의 시야엔 무자비한 무사가 사람의 목을 밴 마냥,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이었기에 모든 꽃을 좋아하는 츄야라도 동백꽃만큼은 유일하게 싫어하는 쪽에 가까웠다. 자신의 탄생화인 줄도 모른 체.


어느 날은 오전부터 억척스런 비가 쏟아져내렸다. 물기를 가득 먹은 실내의 눅눅함에 꽃들이 상할까봐 걱정되기보다는 비 때문에 그가 오지 않을까 긴장을 했다. 아침부터 왜 비가 내리는 거야, 불길하게ㅡ꽃을 가꾸고 꾸미며 살아가는 츄야에게 있어 많은 비와 습한 공기는 피하고 싶은 것이었다.예쁘게 진열되어있던 야외의 꽃들을 실내로 들이자마자 손님들이 찾아와 바쁜 시간을 보내고 녹초가 된 츄야는 노곤해져 테이블에 기대자마자 깜빡 잠이 들었다. 하얀 초원 한가운데 서 있는 츄야는 여기가 꿈이구나 자각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주위로 누군가가 다가왔고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따스하고 기분 좋아지는 익숙한 그 향과 함께. 좀처럼 누군지 잘 보이지 않아 답답했던 츄야가 이번엔 자세히 눈에 담고자 고개를 들었지만 커다란 손바닥은 눈을 가리고 뒤이어 입술이 포개어지는 기분 좋은 촉감에 조금씩 익숙해질 때쯤 바람이 한 폭의 그림 같던 상황을 쓸어가고 천천히 눈이 뜨였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57분. 혹시 그가 오지 않을까 하여 덜 뜨여진 눈으로 지나가는 초 단위만 세었다. 58분..59분. 그리고 3시.주로 정각에 맞춰오던 그의 모습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다.아쉬움과 안도의 기분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통에 한숨을 푹 뱉어낸 츄야는 괜시리 신발 끝으로 바닥을 툭툭 건드렸다. 그 뒤로도 무슨 일인지 다자이라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일주일, 3주일을 지난 시점에서 달력 한 장은 넘어가 있었다. 문을 나서면 쌀쌀함에 절로 몸을 움츠러들게 만들던 3월의 봄에서, 따스함에 연인들이 데이트하러 나서기 시작하는 4월의 중턱.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져 더 이상 올 필요성이 없어진 건가 생각하니 문득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져 번호를 물어보지 않은 걸 후회했다. 이후로 10일이란 시간이 더 흐른 어느 날의 3시경이었다.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드니 자신이 원했던 모습은 아닌, 조금은 우락부락한 체구에 팔에는 용이 활개를 치고 있는 사나운 인상 차림의 남자가 들어왔다. "네 놈이 나카하라츄야냐?" "네, 맞는데 무슨 일이신지.." "친구 녀석이 말해줘서 와봤더니 진짜 예쁘장하게 생겼네.잠깐 나랑 어디 좀 가주실까?" 실랑이 끝에 다짜고짜 제 말을 끝내곤 팔목을 잡아 끄는 그를 뿌리쳐야하는데, 그러기엔 역부족이란 걸 깨달은 순간 뇌에 무언가를 탕! 얻어맞은 듯 했다. 손 쓸 새도 없이 정신없이 끌려가는데 누군가가 꽃집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나더니 급소를 정확하게 차인 듯한 등치 큰 남자는 중심 부위를 서둘러 잡고 절로 무릎이 꿀렸다.뒤이어 언제 불렀는지 모를 경찰들이 들어와 그를 연행해갔고, 자신을 도운 눈 앞의 남자는 츄야의 두 팔을 꽉 잡은 채 괜찮은지 물었다. 묻는 말에선 어쩐지 조금 초조함이 느껴져 고개를 드는데 그 순간 자신을 팔 안에 가두어 꼬옥 안는 손길에, 영락없이 키 큰 그의 품으로 파묻힌 꼴이 되었다. 왜 나를 껴안느냐며 물어야하지만 지금은 고맙단 생각 뿐이라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꿈에서 여러 번 스민 그 체취가 츄야의 몸 안으로 차분하게 닿아왔다. 당장은 그 향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로 했다. 좋아하던 그 향은 여전히 아득한 그리움, 그 무언가와 닮아있었지만 꿈에서 확실시 하지 못했던 그 향을 이제는 조금 매듭지을 수 있으리란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친근해진 느낌과 함께.

"왜 이제 왔어요. 다자이씨" 그가 본인의 무엇이라도 된다고 책망하듯 이런 말을 뱉어낸 것일까. 한동안 적막함이 흘러 불안해질 때쯤 꿈에서 본 데자뷰처럼 머리 위에 포근한 무언가가 닿았다. 서툴지만 조심스레 쓰다듬어주는 느낌이 좋아 가만히 쓰다듬을 받는 츄야에, 이제는 자신을 기억해주는 거냐며 입을 뗐다. 부담스러워 하는 듯 해서 그 동안 멀찌감치 바라보다 돌아가곤 했다고. "그런 거였구나" 다자이는 그 동안 포장해갔던 동백화 한 송이, 두 송이 중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 꽃잎을 모아 압화시킨 책갈피를 안주머니에서 꺼냈다. 책을 자주 읽는 이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건넨 책갈피는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펄과 함께 반짝여 츄야의 눈엔 유일하게 싫어했던 꽃이었단 게 무색할 정도로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그가 준 선물을 받아 든 츄야가 저도 모르게 코로 가져가 흐음ㅡ향을 들이마시자 후각으로 다자이의 부드러운 체취까지 한 번에 스며드는 듯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다자이와 눈이 마주치자 민망했던지 큼큼 소리를 내며 "..갑자기 이건 왜.." "동백화는 츄야의 탄생화니까." "내 탄생화?" 그보다 갑자기 자신에게 말을 놓는 다자이에 의문을 제기하려 입을 떼려던 순간, 의도를 알아챈건지 그는 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믿기 어렵겠지만 난 츄야와 만나기 위해 지겹도록 환생을 되풀이했다네."


어떠한 예고도 없이 오탁을 사용했던 그 날 밤, 남몰래 츄야에게 연민을 품었던 다자이가 손 쓸 새도 없이 츄야를 잃었다. 츄야의 탄생화인 동백꽃이 장례식장을 수놓았던 그 날, 이상적인 죽음을 위해 미뤄왔던 목숨을 동백화가 질 때처럼 단칼에 끊은 다자이였다. 죽음 끝엔 츄야와 영원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큰 오만이었다. 스스로 끊은 목숨에 벌을 받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츄야 없는 지루한 환생을 몇 차례나 반복해야 했다. 반복되는 환생이란 지옥 끝에 드디어 재회라는 걸 실감한 순간, 지금껏 고생했던 수난은 더이상 아무래도 좋은 것이었다. 츄야를 처음 발견한 꽃집에서 다자이는 기쁨을 감출 길이 없어 초면에 낯설어하던 츄야에게 다짜고짜 이름부터 말해두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로의 고백을 더는 미뤄두고 싶지 않을 테니까. 그 때처럼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좋아하던 상대에게로의 고백은 어찌보면 처음인지라 조금 긴장된 목소리로 "이제 내게 고백할 기회를 주겠나" 물었다. 조금씩 떠오르는 듯한 전의 기억에 츄야는 미간을 찌푸리다 어느 한 장면이 어제 일마냥 선명하게 떠올라 놀란 눈으로 다자이를 응시했다.오탁을 쓸 때면 제 손목을 잡아 이능력을 무효화시키고 품으로 끌어당겼던. 그의 품 안으로 쓰러지며 느꼈던 푸근한 향에 매료되어 아득해지듯 잠들던 자신과 꿈을 겹쳐보니 모든 의문의 조각이 하나씩 앞다투어 끼워맞춰지는 듯 했다. 결국은 우리가 다시 만나기 위해.

그동안의 자신보다 더욱 기나긴 시간동안 애가 탔을 다자이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와 부끄럽지만 애써 미소를 지어 기쁜 마음을 내비쳤다, 큰 키의 높이를 맞추고자 뒷꿈치를 살짝 들며 미온의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감춰져있던 얼굴이 오랜만에 보고 싶어 붕대 사이로 손을 넣고 조심히 풀어내자 저물어가는 노오란 빛이 창가를 통해 차분하게 들어오는 아늑한 공간에 말끔한 그의 용모가 눈 안으로 훤히 들어왔다. 감싼 손, 그 위에 손바닥 한 쪽을 겹쳐낸 다자이가 다른 한 손으론 작고 사랑스러운 이의 허리를 조심스레 끌어당겨 얼굴을 가까이했다..


"너무 오래 기다렸네.

사랑해. 츄야"



동백화의 꽃말은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한다'라고 하네요

츄야가 아니면 안되기에 끊임없이 츄야를 찾아 헤맨 다자이. 환생 후 다자이와 츄야는 이능력이 존재하지 않는 평범한 인생을 살게 되었는데, 다자이는 본인이 갈구했던 환생이지만 원했던 재회를 번번히 실패하자 붕대로 다시 자신을 가두게 됐었습니다.

처음 사용해보는 포스타입에 적응을 못해 중간에 날아가서 다시 쓰느라 엉망이 되고 말았어요. 그래도 다자츄 전력에 참여해서 기뻐요. 부족한 글 읽어주신 분께 너무 감사합니다

너무 일상물로 넘어오니 캐붕이 심해 쓰면서도 이건 아닌데..하며 혼란을 겪었는데, 걱정이 되네요

다자츄 첫 소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엔 정말 빠져들어 써보고 싶어요


BL취향주의/문스독 다자츄 위주 글 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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