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다자츄 소설] 인공생명체 연인 (하편)

*인공생명체들이 갇힌 이능력 연구기지에 있던 츄야를 발견해낸 정부기관 고위 직급 다자이 (문스독 세계관 속 다른 설정, 약간의 캐붕주의)

넓은 집 덕에 갑갑함은 없었지만 바깥 세상을 만끽하고 싶은 바람은 늘 가슴 속에 있었다. 케이지 속에 갇혀 있을 때부터 바깥 공기를 쐬어 본 적이 없으니.. 오랜만의 외출을 허락한 다자이는 제대로 된 옷이 없는 츄야를 데리고 먼저 백화점으로 향했다. 체구는 작지만 어떤 옷을 입혀도 다 잘 어울리는 맵시였다. 돈 많은 게 좋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한 그는 츄야에게 어울리는 많은 옷에 아낌없는 돈을 투자했다. 일단 가장 어울리는 의상을 입히고, 나머지는 차에 실은 후 공원으로 향했다.


여유로운 주말, 공원의 거리는 한적하고 쾌청해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주변 경치를 눈에 담았다. 새소리가 귓가를 스칠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곱상한 외모와 매력있는 체형을 가진 츄야와 그를 감싸줄 수 있는 큰 키에 수려함을 담은 얼굴을 지닌 다자이는 멀리서봐도 제법 잘 어울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같은 성을 가진 연인인 줄도 모르고 잘 어울린다며 수근거릴 정도였으니까. 사랑하는 이와의 첫 데이트에 의미를 새기는 다자이의 입이 미소를 그렸다. 가만히 손을 내밀어 잡았다. 올려다보는 츄야도 미소를 지으며 깍지를 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 자신이 이렇게 웃을 일이 많으리라곤 생각지 못했기에 하루, 하루 스스로가 놀라웠다. 평소 툭툭 뱉는 말투에서는 애정이 묻어났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귀담아 듣기 위해 노력해주는 츄야에게 더 솔직한 감정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그러면서 진실된 마음을 가둬두고 지나온 날들이 후회스러웠다.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데.. 물론 지금도 츄야가 곁에 있을 때야 비로소 웃는 게 가능했지만.. 살아가야 할 의미를 찾던 다자이에게 있어 그의 존재는 마치 골에 도달하기 직전의 희열과도 같았다.

츄야를 찾아낸 것, 츄야와 사랑이란 감정을 나누고 싶다고 생각한 것 모두 자신의 삶에 있어 옳은 판단이자 다시 없을 기회라고 다자이는 생각했다. 맞잡은 두 손처럼 놓기 싫었다. 그럼에도 다자이에겐 행복을 지키고 싶은 어쩔 수 없는 비밀이 있었다. 언제 닥칠지 모를 요코하마의 위기에 츄야를 끌여들이고 싶지 않아 아무 것도 털어놓지 못했다는 것. 다자이의 모든 고민을 귀 기울여 듣고자 하는 츄야에게 차마 이것만은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그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진 않아 오늘도 정부 회의 후 비밀리에 요코하마의 위기에 대한 대책을 모색했다. 츄야 외의 경우의 수는 50가지 이상 찾아냈지만 지금껏 제대로 된 확률이 없어 골치가 아팠다.


다음 날, 어김없이 다자이가 일을 나간 이후 우연히 그의 서재에 들어갔다. 책상 위에 널부러져있는 종이들. 그 안에서 조금 구겨진 종이를 펼쳐낸 츄야의 표정이 굳었다. [요코하마 위기 대처 방법 모색안] 이게 뭐지? 맘을 다잡고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제가 보기에도 성공 퍼센티지가 너무나도 모호했다. 다양한 이능력자의 특징과 분석표가 그려져 있었지만 그 어디에도 츄야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분명 자신이 적합해서 데려왔을 거란 생각을 했으니까. 그랬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죽임을 당하기 전 여기에 온 이유. 지금의 행복은 사실 요코하마를 위한 희생을 요구한다는 걸. "그 녀석은 차마 말할 수 없었겠지. 날 아껴주게 된 이상, 내가 슬퍼하는 표정은 보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서로를 원하는 밤을 함께 보낼 때면 서로의 행복만을 바랐던 다자이. 둘에게 가장 미숙했던 행복은 사랑이란 감정을 주고 받으며 완성 되어가고 있었다. "날 사랑하며 목적을 잠시 잃은 거겠지..' 생각한 츄야가 무언가 의지를 다졌으나 이내 그 사실을 부인하며 고개를 숙인 채 적막함 속에서 울었다. 인간이 아닌 자신이 죽음을 걱정한 적은 없었다. 그저 살아남을 수 있을 때까지 싸우는 것. 그게 그의 전부였는데, 행복을 깨닫고 나니 어느 순간 자신은 보통의 인간들 마냥 겁쟁이가 되어있었다. 냉정하자 암시를 건 츄야는 이후로도 다자이에 어떠한 티도 내지 않고 평소처럼 대했다. 사고회로가 빠른 그를 속일 수 있는 방법은 능청스러운 연기가 최선일 뿐이었다. '행복' 했던 행복은 더이상 제 것이 아니었다. 결국은 사치였다. 그 사치라도 부리고 싶어 츄야는 필사적으로 '행복'을 연기했다. 다자이는 츄야와 밤을 보내는 걸 좋아했다. 츄야도 그랬다. 그 때 만큼은 거짓말이  필요없는, 솔직한 감정을 나누는 게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오지 말라 바랐던 결전의 날은 오고야 말았다. 요코하마 도시가 안개와 폭탄음으로 뒤덮인 날, 다급한 다자이는 애써 츄야를 안심시키며 민간인 피신소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요코하마를 구할 방법이 단 하나의 선택지 뿐이란 걸 알지만 다자이는 애써 부정했다. 행복을 지키고 싶어 츄야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러나 곧 뿌리쳐졌다. 놀란 다자이가 눈 앞의 사랑스런 제 연인을 쳐다봤다. 웃고 있었다ㅡ울면서..


불안해졌다. '이건 내가 원하던 예측이 아니야.'

츄야가 이상했다.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슬픔이 스쳤다. 이런 초조함이 싫어 다시한번 손을 잡아 끌었지만 역시나 내쳐졌다. "알고 있잖아. 우리는 함께 있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거" 결국 서로는 행복을 위해 아플 감정을 숨겨왔던 거다. 그 결론에 도달했을 때 다자이는 이명이 생긴 듯 귀가 먹먹해져 삐ㅡ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듯 했다.

결국은 처음부터 바꿀 수 없던 운명이었다.


「츄야가 나서지 않으면 요코하마는 파괴된다. 츄야가 나서면 요코하마를 구하되 사랑하는 이는 잃을 것이다.」

주황색 머리카락의 연인은 인간이 아닌 저에게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게 해줘서 행복했고 고마웠단 말을 하며 사알짝 까치발을 들어 다자이와 키를 맞췄다. 볼에 자그마한 작별키스를 남겼다. 다자이의 볼을 타고 옅은 물줄기가 흘렀다. 그것이 제 것인지 츄야의 것인지 몰랐다. 짧은 입맞춤 뒤로 그는 뒷걸음으로 한 두 발짝 멀어지다 획 뒤를 돌아선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츄야!!" 그제야 정신차린 다자이가 뒤늦게 뛰어내린 그를 불렀지만 이미 사라진 후였다. 불안함을 가득 품은 커튼만이 바람과 함께 거칠게 휘날리고 있었다. 다자이는 이제 최후의 수단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인간실격」


츄야는 다자이가 이능력자인 걸 몰랐지만, 처음부터 '오탁'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츄야의 신체가 모두 망가지기 전 적진을 소탕했을 시에만 가능한 최후의 방법. 적진의 수가 가늠할 수 없이 많다는 점에서 그를 구할 수 있는 확률은 미약했지만 다자이는 오직 그 결과에 모든 운을 걸 수 밖에 없었고, 급히 정부 쪽 모니터실로 달려가 상황을 체크했다.


"그대, 음울한 오탁의 허용이여. 다시금 나를 깨우지 말지어다."


중력으로 어느 빌딩 옥상에 선 츄야는 오탁이 발동됐고 주변으로 거쎈 바람이 일었다. 난폭한 아라하바키의 신에 의해 지배된 그는 중력탄을 발사하며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그런 자신의 연인을 보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았다. 수도 없이 날아드는 기습 공격에 큰 데미지라도 입을까 초조하며 가슴이 미어졌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거대한 적 무리들은 순식간에 해치워지고 있었지만 그 숫자와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정부에서 보낸 군사부대는, 폭발음과 함께 순식간에 소멸되어 버릴 정도로 적은 강했다. 하지만 마치 신처럼, 강한 적을 차례대로 부숴내는 츄야에 건물 안에서 걱정하며 지켜보던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커졌다. 그들과 역으로 다자이의 표정은 점점 어둠에 잠식되어 가는 듯 했다. 「조금만 늦으면 그가 죽는다.」이런 예측이 선 다자이는 만류하는 정부 직원들을 뒤로 한 채 밖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적진을 소탕하고, 마지막으로 거대한 크기의 비행물체가 요코하마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다자이는 최후의 전투기 부대 50대의 출격을 명령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총격과 함께 정부에서 보낸 전투기 부대가 합류했고, 츄야의 힘에 비해선 보잘 것은 없었지만 공중전에선 어느 정도 힘을 보태주었기에 그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었을지 모른다. 마지막에 다다른 싸움, 모든 중력을 끌어모은 강력한 중력탄 한 방이 눈도 뜨지 못할 섬광과 함께 모든 적을 소멸시켰다.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르는 요코하마 시민들. 하지만 다자이에겐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땅에 불시착한, 정확히는 체력이 버텨주지 못해 떨어진 츄야가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여전히 중력탄을 발사해댔다. 그의 공격을 피해 다가가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니었지만, 행동반격을 예측해 최대한 빠르게 다가갔다. 상태를 보니 한 시가 급했다. 츄야의 폭렬적인 공격으로 파편이 튄 다자이는 옆구리 쪽에 상처를 입었으나 주춤할 시간은 없었다. 자신의 상처는 츄야의 것에 비할 바가 못됐다. 겨우 츄야 곁에 다가선 다자이가 그의 공격을 막기 위해 손목을 잡고 이능력을 발동시켰다.



"이능력, 인간실격!



돌아와, 츄야."


오탁이 해제되고, 난폭하던 츄야의 표정은 순식간에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본인이 살아있는지 죽 었는지 가늠할 겨를도 없이, 수많은 피를 쉴새없이 쏟아냈다. 몸은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구부려졌고 다자이는 그가 편안하도록 천천히 자신의 무릎에 눕혔다. 그대로 쓰러진 츄야가 가는 숨을 뱉으며 희미한 시야로 다자이를 올려다봤다. "나, 죽은 건가.. 왜 네 얼굴이 보이는 것 같냐. 다자이..." 다자이에게로 손을 뻗어 슬픈 표정을 한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리곤 이내 심연 속으로 빠져들었다.




츄야가 인간이 아닌 걸 스스로 알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글을 썼습니다. 츄야는 자신이 인간이 아닌데도 웬만한 인간보다 더 정이 많고 주변 사람들 걱정도 많이 해주는데..슬퍼집니다ㅠ

캐붕 걱정이 있었으나 썰을 쓰다보니 어느새 본인만의 세계에 빠져들어 다자츄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BL취향주의/문스독 다자츄 위주 글 연성

.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4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