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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츄 소설] 알츠하이머 : 기억의 소멸

겨우 연인이 되었는데 기억을 잃어가는 츄야와 떠날 수 없는 다자이 (찌통 주의)



알츠하이머 : 기억의 소멸




다자이는 끊임없이 츄야에 구애를 했었고, 츄야는 완강히 거부해왔다. 하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처럼, 포기를 모르던 다자이에 두 손 두 발 다 든 츄야는 결국 그의 구애를 받아들였다. 행복하게 시작된 연애의 시작. 함께 손도 잡고 제 팔에 팔짱도 낄 만큼 알콩달콩 연애생활을 하던 두 사람이었다.

즐거웠던 크리스마스 이브의 추억을 남기고 새해가 밝았다. 입김을 후후 불며 1월 1일의 떠오르는 태양을 함께 보자며 약속한 신사 입구에 먼저 모습을 내비친 건 다자이였다. 약속시간으로부터 1시간이 지났지만 츄야의 모습은 보이지 않자 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고, 츄야의 목소리는 잠에 취해 목소리가 버적였다

"음..다자이...왜?" "츄야! 오늘 신사에서 해돋이를 함께 보기로 하지 않았나?기다리고 있네만.." "그랬어? 오늘이 새해라구?" 폰의 메인으로 돌아가 날짜를 확인하곤 서둘러 준비 후 나갔다. 도착해서 뾰루퉁해져있는 다자이에 미안하다 양해를 구하곤 신사에 올라가 신년행사와 해돋이를 함께 즐겼고, '영원히 함께 하리라!' 소원을 담은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내며 서로를 향해 웃음을 지었다.

이후 데이트 약속을 잡으면 이따금씩 임무가 많아서인지 자주 잊어버리는 츄야였고 다자이는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저를 "어이! 거기! 야!"로만 부를 때도 잦아졌으며 이따금씩 대화의 논점이 흐려지기 일쑤였다. 뭔가 이상함을 일찍부터 감지한 다자이였지만 그 미래를 예측하기엔 너무 참담하기에 애써 부인했다. 사계절 중 가장 화사하고 아름답다는 봄이 찾아들었고, 핑크빛으로 물든 벚꽃놀이를 구경하러 간 연인. 하지만 잠시 간식을 사러간 다자이를 잊어버린 츄야는 곧 여기가 어디인지 혼란스러워하며 헤매이다 길을 잃었다. 많은 인파 속에서 겨우 그를 찾아낸 다자이가 다급하게 츄야를 불렀다. 정신차린 그도 다자이를 바라보았고, 츄야도 다자이도 이런 상황이 매우 당혹스러웠다. "야..다자이. 나 좀 이상하지? 그치?"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당황한 눈빛이 역력했으나 내비치지 않겠다는 듯 담담하게 말하는 다자이였다. "괜찮아 츄야. 다 괜찮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게나" "응..그런데.. 우리 왜 여기있는 거냐? 왜 우리 둘만 여깄어?" 츄야는 벚꽃 구경 온 상황 뿐만 아니라 둘이 사귀게 된 것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 심각성을 느낀 다자이는 이를 악 물더니 그의 팔을 이끌고 다급하게 대학병원을 찾아갔다.

MRI 소견은 우려했던 알츠하이머병. 아직까지 완치방법이 없는 최악의 치매를 동반하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병이었다. 포트마피아 보스인 모리 역시 충분히 느끼고 있었을 터. 다자이는 서서히 저를 잊어가는 츄야를 조금이라도 기억하게 하려 필사적이었다.현재로선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를 복용하게 하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최선책이었다.

적어도 최악의 치매증상을 최대 2년까진 연장할 수 있으니 달리 선택의 권한은 없었다. 조직에서 쓸모 없어진 그를 모리는 내보냈고 츄야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에 아쉬워하진 않았다. 그간 지쳐있었던 것도 있었고, 탐정사무소에서 일하던 다자이와 연애를 시작하며 어두움에 잠식 당하는 나날이 이질적이게 느껴진 적도 잦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조차 그에게 없었던 일이 될 만큼 인지능력장애에 뜬금없이 성질을 부리는 일은 잦아졌다. 폭렬적인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야하는 다자이는 억장이 무너짐을 느꼈지만 사랑하는 이를 잃고 싶지 않아 최대한 악물고 곁을 지켜야했다. 매일 아침, 저를 머릿 속에 각인시키는 걸로 하루를 시작했다. 자꾸만 소중한 무언가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자신에 화가 난 츄야가 눈물을 흘리며 떠나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꺼냈고, 다자이는 화제를 돌리며 가까스로 그를 붙잡았다. 중력을 제어하지 못해 그와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했고 점차 한계를 느껴간다. 지친 맘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자아냈고, 그 모습을 본 츄야가 못마땅한지 성을 냈다. "왜! 이제 슬슬 이런 내가 지겹냐? 필요없으니까 너도 꺼져" 그 말은 깨진 유리조각 마냥 다자이의 맘에 날카롭게 꽂혔다. 난동을 피우며 집 안 곳곳에 잡히는대로 집어던지는 그를 뒤에서 꽉 안은 다자이가 말했다 "난 절대 떠나지 않을 거야. 약속하겠네. 츄야는 내 연인이니까"그 말에 조금 충격을 받은 건지 츄야가 모든 행동을 거두고 눈에선 물기 가득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미안해...미안해......다자이.." 또 언제 그에게 상처를 줄지 알 수 없었고 불안했지만 무조건 괜찮다고 얘기해주는 다자이가 고마웠고, 츄야는 매일을 기억하기 위해 애를 썼다. 정말 많이 노력한 덕일까. 상태는 많이 호전된 것처럼 보였다. 예전처럼 함께 손 잡고 요코하마 공원을 거닐기도 했고, 다정한 키스도 나누었다. 함께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서로를 향해 웃음지었고 예전의 추억도 곧잘 해내는 츄야를 칭찬해주었다. 다자이는 노력해주는 츄야에 고맙고 사랑스러움을 늘 가득 담아 표현해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악화가 오기 전 정상인마냥 멀쩡해지는 일시적 호전증상에 불과했고, 행복하고 뜨거웠던 하룻밤을 보낸 이후 츄야의 증세는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이제 저에 대해 남아있는 무언가는 거의 남지 않은 듯 했다. 그래도 이대로 손을 놓을 순 없었다. 다자이는 츄야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책을 써내려갔고 저와의 추억을 매일같이 읽어주며 잃어버린 순간들을 심어주었다.

츄야는 심적인 부분 뿐 아니라 몸 상태도 악화되기 시작했고 거동이 불편해 잘 움직일 수도 없었다. 숨쉬기조차 힘겨운 날엔 괴로워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픈 다자이였다. 슬슬 그를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함을 느꼈지만 이런 모습이라도 좋으니 츄야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저의 곁에 머물러주기를 바랐다.

제 생각에도 저는 퍽 이기적인 것만 같았다. "괴로워하는 걸 알면서도 자네를 보내주지 못해 미안하네. 정말.."츄야의 손을 꼬옥 잡아보였다.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는 지금에 감사했다. 기력없는 츄야의 시선은 허공에 머물렀지만 츄야 역시 다자이의 손을 맞잡았다. 찰나의 온기는 그들의 영혼을 이어줄 붉은 실처럼 느껴졌다. 다자이가 그의 손에 입을 맞추며 함께 누웠고 야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허공에 뜬 시선이 마치 저를 보는 것만 같아 제멋대로 설레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츄야는 말도 거의 하지 않았고, 미동도 없었다. 그런 그를 조심히 휠체어에 태워  요코하마의 밤바다를 눈에 담으려 나섰다.

오랜만의 바람이 기분좋게 코 주변을 스쳤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신 츄야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다자이 역시 눈이 휘어지게 따라 웃어보이곤 "츄야, 밤바다가 참 아름답지?"

이어 유난히도 그립던 별이 오늘따라 찬란하게 빛나는 요코하마의 밤하늘을 바라보던 두 연인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아련했고 또한 아름다웠다. 휠체어에 의지해 이상을 보는 듯한 츄야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올린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영롱하게 빛나던 별똥별들은 대각선을 따라 빛을 그리더니 이윽고 어둠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Fin.


BL취향주의/문스독 다자츄 위주 글 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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